변화한 여성 캐릭터.. '달라진 시대 반영하는 건 당연"
'부산행'에 이은 칸의 선택
좀비라는 함정을 피하다.
연상호 감독이 '부산행'의 대재앙 이후 폐허가 된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그린 영화 '반도'로 돌아왔다.
'부산행'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후 '반도'를 내세우면서 재난 이후 폐허가 된 곳에서도 희망은 피어나는지에 대한 질문이 가장 크지 않았을까 싶다.
좀비물이라는 특정 장르를 대중화시킬 때는 그동안 통용되고 공식처럼 여겨졌던 좀비의 특징을 제대로 살려야겠지만 이를 어떻게 변주할지는 오로지 창작자의 몫이다.
내달리는 좀비가 어떻게 진화했을까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조금은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연감독은 애초 좀비가 크리쳐(생명이 있는 존재)로 그려지는 건 원치 않았다고 했다.
연감독은 '어릴 적 좋아했던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들은 대재앙의 시대에 인간성을 보여주는 우화로서 기능했다. 그 영화들이 준 충격이 있었고, 그걸 즐겼다"며 "인간성을 노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르다 보니 역설적으로 휴머니즘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반도'의 인물들도 전형적인 영웅 대신 평범하고 시시한 사람들이다. 간신히 살아남은 인간을 노리개 삼는 631부대원들 조차 악인으로 규정하기보다는, 멸망한 세상의 한 풍경을 이룰 뿐이라고 설명했다.
'반도'는 정석의 시선으로 시작해 준과 유진, 그리고 민정의 시선으로 옮겨간다. 자신의 가족을 지키지 못하고 홍콩으로 겨우 피신한 정적은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안고 허무함을 품은 채 영화를 관통한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아이 특유의 천진함을 잃지 않는 준과 유진은 오히려 영화에서 정석보다 더 큰 활약을 보인다. 아이와 여성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가둬두지 않으려는 감독의 의도가 엿보인다. 힘은 좀 떨어지더라도 지옥 같은 세상에서 살아온 아이들이다. 이들을 주축으로 펼쳐지는 카체이싱 장면은 '반도'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백미라고 볼 수 있다.
'부산행'의 재난에서 4년이 지난 뒤의 일이라는 설정상의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지만 연감독은 '부산행 2'가 아니라 '반도'라는 독자적인 영화라고 강조했다.
영화 '반도'는 총 제작비 190억원, 손익 분기점이 250만 명이며 1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러닝타임 115분으로 일반 버전인 2D는 물론 아이맥스, 4DX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좀비와의 추격전을 만끽할 수 있다.
부산행 이후 살아 남았거나 미쳐버린 사람들이 한데 모여 벌어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 '반도'
KTX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이며 살아남았던 인간이라는 존재들이 이제는 재난이 나라 전체를 휩쓸고 간 상황에서 바깥으로 나갈 수 없는 반도에 갇힌 사람들로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인지 내심 기대하게 된다.
다양한 캐릭터가 출연한는 영화의 경우 인물에 대한 감정이입이 부족한 영화가 많았던 만큼, 부산행에 이어 다시 칸의 선택을 받은 작품이니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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